[관찰일지] 버스정보안내표지판
해질녘 오후 7시.
아직은 선선한 바람이 서쪽에서 산들산들 불어오는 그런 날.
우두커니 혼자서서 우리에게 말하는 '버스 운행 정보 표지판'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것은 오늘따라 유달리 쓸쓸해보이기 때문.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낮이든, 밤이든 항상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대답 한번 해주지 않은 것 같아서 소리없는 말소리에 귀를 기우려본다.
혼자 의자 한쪽 구석에 앉아 바라본 그의 모습. 검정색 네모난 모양에 머리에는 약간의 타원이 있는 덮개를 쓰고, 수북히 뭍어있는 노오란 꽃가루에 분칠을 하고, 주황색 LED로 우리가 탈 버스를 말해주고 있는 그는, 단단한 시멘트 위에 회색의 기둥을 갖고 삼각형의 지지대가 큰 머리를 바쳐주고 밑기둥이 조금 더 뚱뚱해서 올라갈수록 얇아지고. 육각형 볼트와 너트로 굳건히 땅에 서 있다. 밑동에 그득히 쌓인 먼지가 지나간 오랜 세월을 이야기하고 곳곳에 묻은 때는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손길이 남아있는걸지도.
나의 버스를 찾기위해 수백번도 넘게 본 그 전광판은 내가 볼 때만큼은 어찌나 말이 빠른지 내 버스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른 버스만 줄줄이 보이는 모습이 떠나가지 말라는 말인가, 더 오래 보아달라는 말인가 싶어 아주 오래 지긋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안내판.
또 다른 누군가를, 우릴 위해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지.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히가세요~"
-2020.05.09.토.19시 05분. @버스 정보 안내 표지판-